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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콘텐츠는?
평소 타이포그래피 아트워크 작업을 하는 프로세스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문구를 정하고 컨셉을 정하고 스케치를 하고 아트워크로 만드는 과정까지 쭉 기록해 봤습니다.

 주제 정하기

직장인이면서 동시에 아트워크 생산자로서 살아가는 삶에 가장 큰 장점이 있다면, 사람들이 공감할 주제를 찾는 게 쉽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직장인으로 살아가며 떠오르는 생각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서 오는 아이디어를 기록했다가 하나씩 풀어내기만 하면 돼요.
이번에 만들어 볼 타이포 아트워크는 ‘버텨’라는 단어에요. 요즘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불안정한 시기잖아요? 그런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 뭘까 고민했고, 그냥 무작정 근거도 없이 ‘잘될 거야’라거나 ‘괜찮아’라고 하는 것 보다 ‘버티자’라고 이야기하는 게 그나마 응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또 저도 함께 같은 시기를 버텨야 하는 입장이기에 저에게 필요한 말이기도 했고요.
메모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평소에 책을 보거나 티비를 보다가 문득 작업하고 싶은 문장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노션에 (급한 경우는 그냥 개인 카톡방에) 떠오른 문장과 함께 어떤 상황에서 떠오른 문장인지 간략하게 메모를 해두는 편이에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개인 작업 시간을 내기 쉽지 않잖아요? 이렇게 아이디어 메모를 미리미리 해두면 개인 작업을 할 때 시간을 아낄 수 있어요.
작업을 시작하려다 보니 불과 몇 달 전에도 같은 단어를 레터링 한 적 있더군요. 역시 버틸 게 많은 시기라 그런가 봐요. 이번엔 다른 형태로 글자를 만들어 볼까 합니다.

 컨셉 정하기

‘버텨’라는 단어를 어떤 컨셉으로 만드는 게 좋을지 고민해 봤어요. 먼저 ‘버틴다’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어떤 방식들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버티고 있을지 상상했어요. 누군가는 단단하게 마음을 먹고 바위처럼 버티려고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열정을 불태우면서 뜨겁게 버티기도 할 것이고요. 또 누군가는 ‘좋은 게 좋은거지-’ 하면서 유연하게 그냥 버티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1번은 바위, 2번은 불꽃, 3번은 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번엔 바위보다는 불꽃이나 의 형태로 글자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딱딱한 형태보단 좀 더 자유로운 형태로 글자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그렇게 결정하게 되었어요.
컨셉1 : 불꽃 / 컨셉2 : 물

 스케치하기

스케치는 최대한 편하게 컨셉의 ‘느낌’을 살려서 하는 편입니다. 간단하게 순서 정도 공유를 드리자면 아래의 순서대로 하는 편이에요.
스케치 순서
1.
글자가 들어갈 네모틀을 먼저 잡는다.
2.
네모틀 안에 심플한 형태로 글자를 만들어 넣는다.
3.
글자에 장식을 이리저리 덧붙여서 느낌을 내본다.
4.
만들어진 글자를 이리저리 늘이고 줄여서 최적의 형태를 찾아본다.
5.
이 느낌이 아니다 싶으면 다시 한다.

 버텨1 - 불꽃 컨셉

글자 자체에서 최대한 불꽃 느낌을 살리면서 스케치했어요. 처음엔 좀 딱딱하게 직선적인 글자를 만들고 불을 살짝만 붙였는데요. 아무래도 재미가 없는 느낌이라 글자 자체도 이리저리 기울여 가며 동세를 넣어서 좀 더 역동적인 불꽃을 표현하게 되었어요.

 버텨2 - 물 컨셉

물 컨셉은 아예 틀도 없이 자유롭게 스케치했어요. (그러다 보니 너무 마구잡이로 해서 이상해졌어요) 흐물흐물하지만 그래서 어디든 잘 맞춰지는 ‘버텨’를 그려봤습니다.
스케치하고 보니 물보다는 불꽃이 훨씬 퀄리티도 좋고 의미 전달도 잘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불꽃 컨셉으로 작업을 계속 진행하게 되었어요.

 본작업 진행!

 벡터 작업

일러스트레이터를 이용해서 벡터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분들은 덜어내고 다듬을 부분은 다듬으며 진행합니다.
1차 완성본
정리가 되면서 깔끔해졌습니다. 하지만 ‘버텨’라는 느낌을 주려면 이것보단 좀 더 와일드한 느낌이 있어야 할 것 같았어요.

 텍스쳐 추가하고 완성

작업한 이미지를 포토샵으로 옮겨서 Grunge한 텍스쳐를 추가해 봤어요. (구글에서 Grunge texture를 검색하면 꽤 쓸만한 텍스쳐들이 많이 나옵니다.) 색감도 이리저리 수정해 가장 보기 좋은 상태를 만들어 봅니다.
완성!

 작업 후에는?

작업이 끝나면 보통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반응을 보는 편이에요. 개인 작업을 하다 보면 자기 작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들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사람들의 반응이 좋은지, 느린지, 별로인지 살펴볼 수도 있고 도달한 계정 대비 ‘좋아요’ 숫자 같은 객관적인 지표도 확인할 수도 있어요.
반응이 좋은 작업은 오라운드를 통해 상품화하고 있어요.  재고 관리나 배송의 어려움 없이 디자인만 올리면 상품화할 수 있는 오라운드! (감사합니다) 이번 작업은 아쉽게도 반응이 상품화할 만큼 좋진 않았어요. 개인적으로도 아쉬운 부분도 많았고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작업을 하나 올린 것으로 만족하고 마무리 짓기로 했습니다.
개인 작업은 잘 나올 때도 있고 잘 안 나올 때도 있지만 그래도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작업을 지속하면서 꾸준히 감각을 유지할 수도 있고, 또 한 장 한 장 그때의 생각이나 시대적인 상황을 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언젠가 먼 미래에 쭉 모아놓고 본다면 일종의 기록물로써 의미도 남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크리에이터 양진
웹디자인, 일러스트, 타이포그래피, 폰트, 이모티콘, NFT까지 다채롭게 선보이고 있는 디자이너이자 작가입니다.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이 있다면 오라운드에서 양진 작가의 작품을 한 번은 만났을 거예요. 직장인의 애환 속에 담은 위트 한 스푼! 양진 작가의 작품은 고된 일상을 웃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양진 작가의 아트워크가 궁금하다면 지금 그라운드로 바로 가기!